초점이 맞지 않고, 카메라도 심하게 흔들린다. 여기저기 소리가 뒤석인 가운데, 분명하게 보이는 것은 경찰이 4명의 흑인, 백인 청년들을 샌프란 시스코 이스트 베이 승강장으로 솎아내고, 순식간에 바닥에 엎드려 있는 한 명의 용의자에게 총을 쏘는 것이다. 총성은 짧게 울리지만, 사람들의 경악에 섞인 소음에 충격은 되돌아와 다시 울린다. 


총상을 입은 22세의 흑은 청년 오스카 그랜트 (Oscar Grant)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바로 숨졌다. 이 사건은 현재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많은 시위와 폭동을 촉발시키고 있으며, 또한 LA 폭동으로 유명했던, 1991년 로드니 킹 (Rodney King)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로드니 킹 사건은 차를 몰고 가던 비무장의 흑인 청년 로드니 킹을 4명의 백인경찰이 잡아 끌어내려 집단 구타했고, 그가 감옥에서 바로 죽은 사건으로 LA 폭동의 시발점이 되었다. 구타장면은 지역뉴스와 도망가는 차 추격 장면 보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캘리포니아의 언론사에서 헬기를 띄운 덕분에 전국에 생중계 되었다. 문제는 이 후에 재판에서 4명의 경찰관 중 3명이 무죄석방 되었고, 다른 한 명의 재심이 결정되었다는 것에 있었다. 이 결과 분노한 흑인들이 주변 한인 상가와 커뮤니티에 화풀이를 한 것이 LA 폭동이다.   


다시 오스카 사건으로 돌아오면, 새해 첫날 새벽, 싸움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4명의 용의자를 전철 밖으로 끌어냈고, 이어 비무장 상태였으며, 공격의사가 거의 보이지 않는 (위의 화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흑인 청년에게 총격을 가했다는 점이다. 더구나 목격자들은 함께 소동을 일으킨 백인 청년들에겐 수갑을 채우지 않았고, 다만 흑은 청년 둘에게만 경찰이 강압적으로 대했으며, 그들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오스카를 총으로 쏜 이는 2년 차 경찰관은, 27살의 요하네스 미설 (Johannes Mehserle)으로 밝혀졌으며, 그는 경찰직을 사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오스카의 가족들은 요하네스 교통 경찰관이 속한 BART (Bay Area Rapid Transit)를 상대로 2천 5백만 달러 (약 337억원)의 소송을 제게 한 상태이다. 이 사건에 대한 항의로 12일, 오스카의 고향인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에서는 여러 차례의 항의 시위가 발생했고, 100여명이 이 과정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미국 경찰의 과잉 진압 문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보안관이 되는 데 필요한 자격을 정해 두지 않는다. 거의 하느님과 같은 권위가 있는 직업에 아무런 자격 요건을 두지 않았으니, 이들은 하늘에 의해 권력을 위임 받았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그게 참 이상하다." 


실상 미국에서 어떤 종류의 경찰관 이건 간에 모두 총을 소지하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그들은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 심지어 속도 위반 차량을 갓길에 세우고 운전자에게 다가갈 때 그들은 이미 한 손으로는 총을 꺼낼 준비를 하고 있다. 만약, 그들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면 바로 총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 이다. 물론, 이는 그만큼 미국에서 발생되는 강력 범죄가 많기 때문이고, 누구나 기본적으로 총을 소지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이 의심차량으로부터 빈번히 총격을 받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처럼 경찰이 무기를 소지 하지 않고 있으며, 더욱이 바닥에 엎드려 있어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용의자에게 총격을 가한 것은 대표적인 과잉 진압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단순 총기 사고, 혹은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어쩔 수 없는 사고가 될 수도 있었던 사건이 IT 의 무궁무진한 발달에 의해, 여러 사람들에게 디지털 카메라와 전화기로 찍혀, 유투브 (Youtube) 등에 업로드 되면서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화면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경찰의 과잉 진압을 비판하고 있다.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 인종차별의 끝? 


더불어 이 사건은 곧 취임될 오바마에게 처음으로 주어질 인종적 문제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산적한 경제현안들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같은 국제 관계 문제들도 수두룩 하지만, 흑인 대통령의 등장으로 한창 기대가 부푼 유색 인종 커뮤니티와 흑인들에게 오바마가 어떤 방향의 해결책을 제세할 지는 관심의 대상이다. 


사실 오바마는 선거과정에서 발생한 흑백 갈등 문제에 굉장히 소극적이었다. 예를 들어 그의 선거 중 미국 중부에서 3명의 백인 학생들이 KKK 라고 적힌 하얀색 인형을 학교 나뭇가지에 걸어 놓은 일로, 흑인 학생들과 다툼이 벌어진 일이 있었다. 그러나 학교와 경찰은 폭력을 행사한 (먼서 폭력을 행사한) 흑인 청년들만 처벌하였고, 이 일로 소규모의 시위가 계속되었지만, 오바마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프라가 나서서 이 사건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오바마의 적극적인 도움을 간접적으로 호소했지만, 그의 캠프에선 어떤 도움도, 논평도 나오지 않았다.


법은 이유가 어찌되었던 폭력을 행사한 쪽에 훨씬 더 가혹하다. 이 점은 미국 이라는 나라에서는 더욱 엄격하다. 그 점을 오바마가 몰랐을 리 없다.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던지 간에 때린 사람이 법적으로 일단 사건 발단에 책임이 있으므로, 그가 확실한 입장을 표명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가 다른 대통령들이 했던 그 이상의 행동, 즉 알아서 하게 지켜 보기 이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이 오래된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기대를 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언론이 너무 조용하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새해 새벽, 그리고 이로 인해 시위가 촉발되어 시위자 100여명이 체포된 것이 12일이다. 이 사실에 대한 2번의 뉴스 이외에 다른 언급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언론이 조용하다. 물론, 이런 과잉 진압 논란이 한 두 번 있어왔던 것이 아니지만, 진압과정이 전부 노출된 만큼 로드니 킹 만큼 큰 사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미국의 언론이다. 전국 뉴스나 세계뉴스를 찾아 보기 힘들고, 대부분이 2시간 터울 지방 뉴스가 대부분이며, 그 것도 사이사이 광고라서 그런지 무슨 일이 있을 때 반짝 했다가 다른 뉴스 진행하기 바쁘다. 헬기 띄우고, 얼른 쫓아가고, 피해자 얼굴에 카메라 들이대는 일가견이 있지만, 뭔가를 하나 진득하게 파해쳐서 뉴스다운 분석을 내놓는 것을 못한다. 거기다 요즘에는 헐리우드 스타 중계에 한 꼭지를 할애한다. 아마 재판할 때 즈음되면 이 뉴스를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Posted by 집앞카페

집앞카페의 이상한 나라, LA 혹은 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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